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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신용보증의 역할 변화와 민간 금융의 확대 전략

by 재테크스텝 2025.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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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의 금융시장은 ‘보증 중심 금융’에서 ‘책임 분담형 금융’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정부 주도의 보증제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자금조달 통로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과도한 의존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용보증과 기술보증의 역할이 단순한 채무보전 기능을 넘어, 민간 금융을 유도하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한국의 기술보증·신용보증제도가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 그리고 2025년 이후 민간 금융 확대 전략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1. 보증제도의 역사와 기존 구조의 한계

한국의 보증제도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부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각각 신용력과 기술력을 담보로 한 보증을 제공하면서, 담보가 부족한 기업도 자금조달이 가능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과도한 보증 의존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보증 만능주의’로 인해 기업의 자율적 리스크 관리 능력이 약화되었고, 둘째, 보증 남발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졌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정부 재정의 9.2%가 보증 관련 예산으로 집행되었으며, 보증 부실률은 3%를 초과했다. 셋째, 기술보증과 신용보증의 중복지원 문제로 효율성이 떨어졌다. 같은 기업이 두 기관에서 각각 보증을 받아 이중 혜택을 얻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이후 정부는 보증기관의 기능을 재편하고, 민간 금융기관과의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2. 보증의 역할 변화: ‘보전’에서 ‘연계’로

2025년 현재 보증제도의 핵심 변화는 ‘보전 중심’에서 ‘연계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100% 보증을 제공해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완전히 흡수했지만, 이제는 민간 금융이 일정 부분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공유형 리스크 분담 구조’라 부른다. 예를 들어, 신용보증기금이 70%, 은행이 30%의 리스크를 나누어 보증을 수행하면, 금융기관도 심사에 적극 참여하게 되어 자금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성 평가 기반 보증’을 확대해 기술력 있는 기업에게 보증 한도를 상향 제공하며, 기술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은 금리 인하 혜택까지 받는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보증 한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증을 통해 민간 금융을 ‘끌어들이는 유인 구조’로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기준, 민간 공동보증 참여율은 전년 대비 26% 상승했고, 전체 보증자금 중 40% 이상이 민간금융 연계 형태로 전환되었다.

3. 기술보증의 혁신: 데이터 기반 평가와 산업특화형 보증

기술보증기금의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기반 기술평가 시스템’의 도입이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 기술가치를 평가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술성, 시장성, 사업 지속성 등을 정량적으로 산출한다. 이로써 평가의 객관성이 강화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금리·보증료·한도 등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또한 산업별 특화형 보증 프로그램이 신설되어, 반도체·바이오·그린에너지·AI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에는 최대 100억 원까지 보증이 확대된다. 이런 산업특화형 보증은 기술혁신 기업의 성장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기술보증기금의 총 보증금액은 78조 원으로, 이 중 35%가 첨단기술 산업에 집중되었다. 기술보증이 단순한 안전장치가 아니라, 혁신산업 육성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4. 신용보증의 디지털 전환과 맞춤형 구조

신용보증기금은 2024년 이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AI 신용심사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기업의 재무제표뿐 아니라, 세금 납부이력·전자세금계산서·매출 데이터·POS 결제이력 등을 종합 분석하여 신용도를 평가한다. 덕분에 대출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40일에서 7일 이내로 단축되었다. 또한 ‘맞춤형 보증제도’가 신설되어, 기업의 성장단계(창업–성장–성숙)에 따라 보증비율과 금리가 달라지는 구조로 개편되었다. 창업 초기에는 보증비율 95%, 금리 인하 혜택이 제공되고, 성장 단계에서는 민간 투자와 연계한 공동보증으로 전환된다. 특히 ‘그린보증’과 ‘여성기업보증’ 등 사회적 가치 중심의 보증이 강화되어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은 추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신용보증의 디지털화와 맞춤화는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재정보증 의존도를 줄이는 핵심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5. 민간 금융 확대 전략: 보증을 넘어 투자로

정부는 보증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보증 이후 단계인 ‘투자 연계형 금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통해 리스크를 완화하면, 민간 투자자가 후속 자금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이를 ‘보증-투자 연계형 펀드’라 하며, 현재 신용보증기금과 성장금융이 공동으로 운용 중이다. 보증을 통해 리스크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민간 펀드가 그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기술력이 높지만 담보가 부족한 기업의 성장 단계를 가속화하며, 정책자금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기준, 보증연계형 민간투자 규모는 3조 5천억 원에 달했으며, 전년 대비 45% 성장했다. 또한, 보증기관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금융’ 모델도 시범 운영 중으로, 투자 회수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보증과 투자가 결합된 구조는 ‘정부가 빚을 대신 갚는 시스템’에서 ‘정부가 성장을 촉진하는 시스템’으로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6. 향후 과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 구축

기술보증과 신용보증의 역할 변화는 성공적이지만,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보증과 투자의 중복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 현재 금융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 간의 관할이 분산되어 제도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둘째, 민간 금융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가 요구된다. 투자 손실에 대한 세액공제, 보증연계형 펀드의 이익 배당 비과세 등 구체적 혜택이 필요하다. 셋째, 보증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가 필수적이다. 민간 금융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협력이 확대된다. 넷째, ESG 평가를 보증 심사에 체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는 환경·사회적 책임과 맞물려야 하며, 보증제도 또한 그 방향성을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이 병행된다면, 한국의 보증제도는 ‘위기관리형 정책금융’에서 ‘성장촉진형 민관협력 금융’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결론

기술보증과 신용보증의 변화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금융의 역할 재정립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리스크를 떠안고 기업을 보호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리스크를 관리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평가, 산업특화형 보증, 공동리스크 구조, 보증-투자 연계형 펀드는 모두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앞으로 보증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보증하느냐’가 아니라 ‘보증이 얼마나 민간 금융을 끌어들이느냐’가 될 것이다. 금융이 혁신을 지원하고, 혁신이 다시 금융의 신뢰를 높이는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면, 보증제도는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